꿈, ravenloft

Posted 2011. 1. 11. 22:18,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어쩌다 우연히 들어선 시골길 끝에 위치한 넓은 나무 울타리와 섬 풀밭 목조 건물들
낡은 시설물에 거주하는 남루한 옷의 수많은 사람들
길을 잃은 나를 도와주려는 듯이 몇몇 사람들이 친절하게 접근한다
건물 안으로 초대받아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분위기
세상과의 접촉이 완전히 두절된 곳
나에게 작업복을 입혀 강제로 작업에 투입한다
타고 온 차도 어디론가 사라졌고 도무지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수십 년을 그렇게 붙들린 채로 강제 노동에 종사한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걸 알지만 상식을 벗어난 이 곳에서는 어쩔 수가 없음을 절감한다
철통같은 감시와 경비 속에 섣불리 탈출을 도모할 수가 없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절망에 빠져 있다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그들이 쓰는 전화기를 손에 넣게 된다
대략적인 위치와 상황을 알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차를 몰고 득달같이 달려온 친구
그들이 눈치채기 전에 들어왔던 길을 되짚어 가며 차를 몰고 이곳을 빠져나간다
친구의 얼굴과 거울을 보다가, 문득 수십 년이 지났지만 실제로는 들어올 때부터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완전히 빠져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또다시 길을 잃은 우리들 마치 내가 처음에 길을 잃었을 때와 비슷하다
한참을 갈팡질팡 헤매다가 또다시 도착한 그곳 다들 음산하게 웃으며 우리를 반긴다
또다시 수십 년을 붙들려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과
어떻게든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시간은 어차피 그 때 그대로 멈춰 있을 거라는 한 줄기의 위안

문득 사람이 어떨 때 자살을 생각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s. 어쩌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꿈을 꾸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며칠 전에 심심해서 잠깐 엔하위키 뒤적거리다가 ravenloft 항목을 보았던 것이 기억났다
결국 꿈의 재료는 기억이다 무無에서부터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낼 수는 없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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