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들 및 단상들 이것저것

Posted 2014. 11. 11. 21:33,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1.
무한도전. 라디오데이 특집은 참 좋았는데 (내가 라디오를 워낙 좋아하니까) 저저번 한글(한국어?) 특집은 개인적으로 좀 별로였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요즘 들어 한국어가 망가져가네..’ 어쩌네 하는, ‘요새 것들 쯧쯧..-_-+’ 과 묘하게 섞인 한국어 순혈주의를 별로 안 좋아한다
물론 표준어 중요한 거 맞고요. 맞는데 그걸 무슨 표준어만 쓰는 게 옳고 다른 언어는 다 배격하는 게 좋네 식으로 호도하는 건 곤란하다
(물론 무한도전이 대놓고 그러진 않았지만. 반응들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보이고 내용상 충분히 예측가능한 결과였다)
방언이나 은어는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표준어는 수많은 (자연발생적이고 다양한) 방언들 사이에서 굳건한 중심을 (기준을) 잡아주는 걸로 족하다
무슨 표준어가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다른 방언들을 다 잡아 족치는 이단심판관 노릇을 해야 한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덧붙여, 죽은 표준어는 굳이 고수하고 심폐소생하려 노력할 게 아니라 오히려 직관적인 용어로 점진적으로 대체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예전부터 자주 예로 쓰이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식의, 직관과 완전 따로 노는 표준어들은 가급적 퇴출시키는 게 낫다

2.
음주운전. 누구나 저지르기 쉬운 것에 비해서 그 결과가 크다 보니 다소 과잉처벌되는 경향이 있지만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
(저 정도의) 음주운전은 분명히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흔한 실수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 처벌하여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일으켜야 한다
오히려 주의해야 할 건 이런 일상 속의 예비범죄를 완전 남의 일로 치부하고 자신과 분리하려는 태도다. 누구라도 대비 없이는 저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무슨 그런 잘못들은 호구 병신들만 하는 거고 나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식으로 교만하다가는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뒤통수 맞는 날이 올 거다

이런 사건에서 연예인은 소위 시범 케이스 같은 존재다. 본인은 다소 억울할지 몰라도 처벌에서조차 일종의 아이콘으로 작용하기에 파급 효과가 크다

3.
진리나 해답을 안다 또는 깨닫는다는 것만으로 내 인생이 급격하게 바뀔 거라는 건 착각이다.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실제로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 해도 내 인생이 일격에 급변하는 법은 없다. 인생을 바꾸는 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누적되는 행위이다.
한 마디로. 깨닫는다 해도 그걸 체화하고 꾸준히 실행하지 않으면 인생은 그 전과 크게 다를 것 없이 돌아갈 거다
깨달으면 만사 끝이라는 식의 생각은 결국 변화를 더욱 더 어렵게 만든다. 오히려 깨닫는 게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깨달음 자체는 좋은 시작점에 불과하다. 안주하는 순간 오히려 예전도 아니고 새로움도 아닌 어중간함 속에 예전보다 더욱 더 괴로워하게 될거다

4.
흔히 말하는 (자신의 극한능력을 이끌어내는 의미로서의) ‘의지력’과 소위 정신일도 하사불성식 사고에 대하여.
비유하자면 그런 의지력 발휘란 갯수제한된 (천천히 회복되는) 차지 부스트 같은 거다. 혹은  극한상황 대처용 횟수제한 필살기 같은 거다
꼭 필요한 순간에 발휘하면 크게 빛을 발하겠지만. 사람이 24시간 매사에 자기 능력의 한계를 이끌어낸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단기적으로 가능할 수는 있다. 하지만 몇 차례 거듭 그러고 나면 급격히 슬럼프가 와서 오히려 평균 이하의 수행 능력으로 빌빌대기 쉽다)
사람이 각성 상태를 항상 유지할 순 없다. 의지력은 중요한 순간을 위해 아껴둬야지, 일상적으로 소모하다가는 정작 중요한 시기에 방전되어 버리기 쉽다
...개인적으로 사람에게 최적의 환경은 의지력 소모와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 의지력 회복이 딱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5.
새로 만든 마비노기 계정 메인스트림 진행 중인데... 가면 갈수록 점점 NPC들의 호구가 되어 가는 느낌이다.-_-
G1까지는 나름 이입하면서 흥미롭게 플레이했는데, G2부터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드라마라든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가관인 것 같다
플레이어 캐릭터는 왜 이리 약점잡힌 것마냥 호구짓만 골라서 하고. 그놈의 NPC들은 왜 이렇게 뻔뻔하기 짝이 없는가
타르라크 루에리는 단편적인 선악 이분법적 사고와 제멋대로의 정의감에 아주 민폐의 절정을 보여주는데, 얘네들이 인기가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마우러스든 루에리든 간에 인간이 좋든 나쁘든 둘 중 하나라는 식으로 다면성을 무시하니까 저런 저급한 낚시에 붕어마냥 덥썩덥썩 낚이지
따지고 보면 진짜 민폐 호구는 루에리일지도 모르겠다. 매번 적으로 등장할 때마다 죄다 호구마냥 속아서 도구로써 휘둘리는 것밖에 못 본 것 같다

6.
평론가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으면 좋을지. 또는 색다른(독특한) 감상 포인트를 일러준다든지 하는. 일종의 감상 컨설턴트 같은 존재다
평론가는 다차원적인 감상에 있어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지만 평론 그 자체가 권위가 될 수는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7.
종종 인지부조화에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수사를 붙이며 전후없이 ‘반드시’ 극복되어야만 하는 열등한 뭔가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를 보는데
애초에 ‘항상, 무조건, 모든 분야에서’ 객관적인 현실만을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건 사람이기보다 로보트에 가까울 거다)
인지부조화는 (훈련을 통해서) 어느 정도 관리될 수 있는 게 맞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특정 관심사 외의 삶의 모든 분야에서 그런 엄밀함을 보이진 못한다
실제 우리는 일상에서 ‘자각조차 못할 사소한 일들에서’ 수시로 인지부조화를 취하고 있다. 개중 큰 병크들이 눈에 잘 띄기에 특출나 보일 뿐이다
저새끼 뭐야 인지부조화 쩌네 ㅋㅋ 나한테는 그딴 거 전혀 없다능! 식의 경멸적인 태도를 갖는 거 자체가 오히려 자신(및 인간)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거다
인지부조화 자체가 절대악이라기보다는, 굳이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고 타인과 조율할 필요가 있는 분야와 상황이 존재하다는 거에 가깝다

흔히 나오는, 같은 커피인데 비싼 커피가 더 맛있네 운운이나 같은 가방에 상표명 붙인 것만으로 가치가 달라 보이는 등의 인지부조화 사례들을 말할 때
이런 사례들의 의미는 보편적인 인간이 일상에서 온전하게 이성적이지 않다는 소리지, 거기 대고 한심하네 어쩌고 하는 건 핀트가 어긋난 얘기다
애초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보편 인간에 관한 실험인데, 자신을 보편 인간에서 벗어난 우월한 존재라 여기는 건 무지이자 오만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은 이런 인간 보편적 한계를 수양하여 노력으로 다스리는 것이지, 딴 세상 얘기인 양 깔아보고 비꼼으로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8.
이성지상주의에 경도되어 논리와 지성을 심하게 우선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일종의 인간혐오를 드러내는 것 같다
최근에 본 글들 중에서 발췌하자면 “지성과 논리의 힘을 믿고 스스로를 갈고 닦지 않으면 저런 퇴화된 원숭이가 될 수밖에...” 식으로 표현된다
무슨 유토피아도 아니고 애초에 모든 사람이 철학자가 되고 이성과 논리의 화신이 되고 초인이 되는 걸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인데
‘평균적인’ 인간이 으레 보이는 평균적인 행동 양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경멸 폄하하다 보면 결국에는 ‘보통 인간’에 대한 혐오에 이르게 되는 것 같다
보통 문화적으로는 스노비즘 (니네 문화적 안목이 낮음 쯧) 정치적으로는 엘리트주의 (니들 수준에 민주주의는 사치야 쯧)로 귀결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인간은 (다양한 편차에도) 결국 평균적이기에, 결국은 본인의 기준이 돌고 돌아 도로 본인을 억죄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애초에 기준이 본인의 기준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 가지 측면에만 치중하려 들다 보면 오히려 수많은 다른 가치기준들을 놓치기 쉽다
인간혐오의 종착역(이 있다면)은 자기혐오일 거다. 타인을 냉소하고 비꼬던 그 유사한 시선에 어느 순간 본인 또한 노출되었다는 인식이다
본인 안에서 타인을 보는 통찰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조소나 멸시 대신에 사람 대 사람으로서 상대방과 소통하려는 공감 능력이 발현될지도 모르겠다

(문득 예전에 니체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대놓고 인간혐오를 말하지는 않지만 (했던가) 행간에 소위 ‘낙타’에 대한 경멸이 구구절절 묻어나던 그 느낌)
(어찌 보면 낙타나 종말의 인간이야말로 평범한 인간이 아니겠는가. 니체가 말년에 인간혐오에 빠졌다는 언뜻 들은 얘기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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