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끄적이는 잡메모들

Posted 2014. 10. 7. 13:21,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1.
네가 나를 제대로 설득해 봐라 ‘진짜’ 설득력 있으면 바꿀께... 식의 태도는 언뜻 열린 태도같아 보이지만 실은 지적으로 나태한 태도다
바꿔 말하면. 상대의 대응이 자기 딴에 어떤 식으로든 못미더울 경우 기존 생각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건데
사람 마음을 바꾼다는 건. 기존의 모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대체재를 위한 걸림돌을 치워줘야 하는 등 결코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런 공을 들여 본인을 설득하란 건. 지나친 지적 성실성을 요구하는 거다. 그런 디테일은 떠먹여줄걸 바라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거다
애초에 크게 얻는 것 없이 이런 공을 들일 사람이 드물다는 점에서. 결국 자기 생각만 강화하기 쉬운 답정너식 사고방식이다
상대방의 피드팩은 권리처럼 건방지게 요구할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수고를 들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치있게 다뤄줘야 하는 게 맞다

2.
요즘 들어 유난히. 대화에서 ‘심리 분석하기’가 공감적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 같다

“넌 ...때문에 그러는 거야.” “너 무의식적으로 ...하는 게 있는 거 같아.” “니 행동의 기저에 ...가 있는 것 같아.”

사실 말이 좋아 심리분석이지.-_- 조금만 더 가면 관심법이나 다름없다. 넌 이래. 하고 상像을 띄워놓고 허수아비를 치는 꼴이라 소통이 될 리가 없다
솔까 이런 같잖은 심리분석을 남발하는 사람 치고 주워들은 수준 이상으로 심리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_-
심리학 관련 교양서가 많아지고 관련 내용이 여기저기 소개되면서 심리학을 가볍고 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일이 많아져서 그렇게 된 건가 싶다
‘본인이 원치 않는’ 자기분석은. 맞든 틀리든. 누구라도 고깝고 달갑잖게 받아들일 빈정상할 행동이라는 걸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게 좋다

더보기
명령하기. “네가 해야 할 일은 ...이다.” “불평은 그만해라.”
충고하기. “넌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
회유하기. “실제로는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야.” “모든 게 다 잘될 거야.”
심문하기(따지기). “네가 어떻게 했길래 그렇게 되었니?”
관심 돌리기. “그 일은 걱정하지 말아라. 잊어버리고 ...나 하려무나.”
심리분석하기. “네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아니?” “너는 지금 불안정해.”
빈정대기. “흥, 잘하는 짓이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이 났구나.”
해결사 노릇하기. “해결책은 아주 간단한 거야. ...하면 되잖아.”
도덕적 판단하기. “...하는 것이 옳았다.” “그건 나쁜 짓이야.”
투사(책임전가, 타인귀인). “이것은 모두 다 너 때문이야.”
욕설, 위협적인 말과 폭력. “이 망할 녀석, 너 그렇게 나가면 나는 ...할 거다. 어디 한번 맞아 볼래?”

「자기주장과 멋진 대화」中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기술 - 일반적인 의사소통의 걸림돌
(...참고로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란 토론 같은 게 아니라 ‘공감’하는 의사소통을 말함. 마찬가지로 의사소통의 걸림돌이란 ‘공감’의 걸림돌을 말함.)

 

3.

“아는 것이 힘이다”“모르는 것이 약이다”는 상호모순되거나 양립불가능한 말이 아니다
아는 것이 권력인 동시에 일면으로는 오히려 골치거리일 수도 있고, 모름으로써 무력하게 방치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이득을 볼 수도 있는 거다
힘, 즉 권력 또는 상황에 대한 특정 인식이 언제나 약, 즉 최선의 상황은 아니기에, 경우에 따라 이 두 속담은 모순 없이 양립가능하다
(앎으로서 더 책임이 늘어나는 경우도 그렇고. 어설프게 아는 게 더 독이 되는 경우도 그렇고. 몰라서 더 재미있는 경우도...)
...개인적으로 정치 쪽 문제가 대표적으로 아는 것이 힘이자 모르는 것이 (또는 무관심이) 약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치덕후들 보면 피한다...)

4.
다양한 대상을 상대로 (연예인. 기업 등) 벌어지는 불매운동이나 보이콧 운동에 대하여.
종종 고칠 수 있는 문제행동이나 태도가 아닌. 존재 자체라든지 과거 등의 정체성의 부정을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공격들이 보이는데
너네 이거 고쳐라 식의 불매운동은 의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너네 망해라 죽어라 식의 증오표출식 불매운동을 벌이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인간이든 기업이든 뭐든 간에, 개체가 스스로를 지속해 나가려는 생존본능은 (엄밀히 따지면 자기 일도 아닌.-_-) 증오 나부랭이보다 강하다
어떻게든 고치라는 거면 맞춰나갈 수 있겠지만 (진화?) 그냥 나가 죽으라는 말에 순순히 나가 죽을 존재가 있을까.-_-
결국 강인한 생명력 vs. 끝없는 증오의 대결이 되기 마련인데. 결론이 날 리도 공격자들 정신건강에도 좋을 리 없다. 서로의 모가지를 깎아먹는 짓이다.
매사에 상대방의 절멸이 (말은 쉽겠지) 간단한 해결책이 되는 경우는 없다. 반성과 화해로. 조율과 공존으로 초점을 맞추는 게 생산적이다

5.
...포탈 메인 연예기사 밑에 달린 모 댓글을 보고.

“문단속 안 하고 나다니려면 집 털리는 것쯤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가. 열린 집이면 개나소나 마음대로 털어가도 된다는 소리가 아니듯이

“연예인이고 돈 많이 벌면 그 정도 구설수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가. 근거도 없이 루머성 댓글 찌끄리고 인신공격 작렬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 말라고는 안 하니까. 적어도 자기 행동에 대해서 되도 않는 논리를 가져와서 억지로 정당화하려 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무슨 좀도둑이 자기정당화하는 꼬라지의 논리에 진짜로 스스로가 속아넘어간 거 같아서. 보다 보니 암걸릴 것 같다.-_-

...종종 어떤 웹상에서의 논리들을 보다 보면 개콘 비상대책위원회가 연상된다. (A-B-C-D-E-병맛 식의 논리의 연쇄. 고~뤠? 아님 말고.-_-)

6.

“...실제로 비난은 자기 존중감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없어야 한다.) ...비난을 다루는 요령은 자기 존중감을 잃지 않게 하는 것과 관계된다...
...일단 비난을 무시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연습한다. 그러고 나면 비난에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을 습득하게 될 것이다.”

 

7.
의외로 사람들이 잘 언급 안하는 (인터넷상에도 잘 없는) 옥탑방의 고충이 있다면...
정작 나는 옥상에서 뭐 하는 일이 없는데 종종 아랫집에서 올라와서 옥상에서 술판벌이고 고기구워먹을 때.-_- 자주는 아니라 뭐라 하기도 그렇다
옥상에서 고기 구워먹는 게 로망이라지만, 사실상 옥탑방 거주 전용의 로망이 아니라 (이론상) 건물의 누구라도 가능하다
서류상으로 옥탑방만을 계약한 것뿐. 옥상은 법적으로 ‘무조건’ 공용이고 독점은 불법이며 누구나 마음대로 오가고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찝찝해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다가. 무슨 아랫집이 옥상에서 개를 키우네 뭐네.-_- 하는 글들을 보고. 내 경우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구나 싶었다
(물론 흔한 경우일 리가 없다.-_- 하지만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 옥탑방 구할 땐 아랫집들의 옥상 사용현황을 체크해두는 게 좋겠다)

8.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소위 ‘조리돌림’에 대하여.
소위 ‘만만하다!’ 이게 조리돌림의 주된 특성이라 보는데 (누가 봐도 얘는 욕할 수밖에 없어! 하는 암묵적 임계점을 지난 시점부터)
보통 상황이 정리되고 끝물로 갈수록 대상이 점점 만만해지면서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거들고 링크가 뿌려진다던지 하는 조리돌림 양상이 보인다
우리가 무언가를 볼 때 보고 싶은 것만을 부각시켜서 보기 쉽다. 예능의 캐릭터가 좋은 예다. 기타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왕따도 그렇고 이런 조리돌림의 경우도 대상의 다른 속성보다 만만하고 취약한 측면을 부각시켜 보려고 하는 일종의 센티멘탈리즘 같은 거다
즉, 대상의 만만함에 대한 다수의 공유된 감각이 내면의 폭력, 공격성과 만날 때 일어나는 게 인터넷상의 조리돌림이다

(만만함에 대한 정의를 더 엄밀히 해야 할듯.. 얘는 내가 대충 막 때리더라도 심적인 부담이 없어. 식의 명분 또는 정당화라고 해야 할 듯싶다)

이쯤 가면 사실 축제다. 참가하는 사람 모두가 즐겁다. 당하는 사람ㅠ 또는 이런 ‘폭력의 축제’에 거부감을 느끼는 제3자만 빼고.
즐기는 사람들한테 가서 진지빨고 비판해 봤자 곧이 들을 리 없다. 축제니까. 제물 하나 바쳐진 걸로 모두가 이렇게 즐거운데 뭣하러 찬물을 끼얹는가
이런 축제 자체야 늘상 있어왔던 일이고, 차라리 축제 와중에 발생하는 구체적인 지나친 폭력의 사례들을 지적하는 게 더 효과적일 거다

현상 안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큰 그림을 못 본다. “그건 다구리가 아니라 개인의 다수의 1대 1에 불과하다.” ...과연 상대방도 그렇게 생각할까? -_-
연쇄살인마가 수갑차고 명동거리를 끌려간다 쳐보자. 거기 대고 돌 던지면, 나는 1대1로 때린것뿐이지 조리돌림에 참가 안한건가? -_-

“자기 잘못이 더 큰데 무슨 조리돌림임? 사람들이 왜 빡쳤는지 모르나본데, 걔가 먼저 광역 어그로 끌었다니까?”

애초에 조리돌림 자체가 ‘죄인’을 모욕주기 위한 사회적 처벌에서 온 말이다. 상대방이 죄가 있냐 없냐의 여부는 당연히 조리돌림의 판단기준이 아니다.
상대방이 자초한 상황이므로 (잘못이 있으므로, 죄인이므로) 이건 조리돌림이 아니다, 라는 논리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항상 하는 말 같은데, 하지 말라고 한 적 없다.-_- 이상한 논리로 스스로를 (마치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는 양) 합리화하지 말라는 거다
조리돌림은 무조건 몹쓸 짓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있으니 어떻게든 내가 하는 이건 조리돌림만은 아닌 거다, 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게 되지 않을까
솔까 사람이 항상 바람직하게 살 수야 있나.-_- 눈에 거슬리면 욕할 수 있는 거고 만만해 보이면 다구리도 까보고 그런 거지

Respon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