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 없이 시작했던 영화감상문이 쌓이면서. 뭔가 느끼는 게 있다. 예전에 미친 듯이 책을 읽어대던 때랑 비슷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가면 갈수록 감상문이 점점 내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다. 내가 보고 느낀 걸 쓰는 거니까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당장 얼마 전에 쓴 리뷰만 보더라도. 영화 볼 당시의 내 기분에서부터 당시에 놓쳤던 사소한 것들까지 보인다.
나중 가면 갈수록 처음과 달리. 감상이 아니라 자꾸 기준을 가져와서 분석을 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마치 감상을 합리화시키기라도 하려는 듯이.
아마 계속 쓰다가. 1년쯤 뒤에 돌아보면 내 짧은 시야가 적나라하게 보이겠지. but 그게 의미가 있는 거 같다.
완벽한 리뷰 따위는 필요없다. 오히려 억지로 완벽한 리뷰를 쓰려고 드는 내 심리상태를 남겨놓는 게 나중을 위해서 의미있을 거다.

...영화 리뷰를 쓰면서. 몇 가지 생각해 오던 것에 대한 답을 얻었다. 감정을 파헤치며 기록하다 보니. 감상과 관련된 내면 감정이 정리가 된다.

영화를 여러 편 보다 보니. 일단 흥행을 보고 만드는 대부분의 영화는 보편감성을 위한 거지. 특수감성을 위한 게 아니라는 느낌.
전형적인. 어찌 보면 뻔한. 보편적인 이미지들. 클리셰들이 즐비하게 등장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 쓰고 나면 다른 사람들 리뷰도 꼭 찾아보는데. 요즘 제일 보기 싫은 리뷰는. 정치과잉적 리뷰. 좌파적. 계급갈등만 다루려 드는 리뷰인 거 같다.
오히려 영혼없는 보나마나한 붕 뜬 리뷰는. 하도 넘치고 차여서 별 느낌도 없다. 기본적으로 걷어내야 하는 포장지 박스 같은 느낌.

...영화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보편감성을 위한 거다. 일반화와. 범주화. 전형적인 이미지.
어디까지가 보편감성이고 어디까지가 특수감성인가. 결국 뭐든지 어떤 식으로든 범주화되고 일반화되는 게 가능한 걸지도. 단지 정도의 문제인 듯.

mp3 목록에 새로운 노래가 추가 안 된지 얼마인지 모르겠다. 사실 노래 자체를 별로 안 듣는다. 대신에 라디오를 팟캐스트로 자주 듣는다.
그나마 가끔 듣는 최근의 테마는 윤하와 와썹. 윤하는 앨범이 새로 나왔고. 와썹은 우연히 발견했는데 자꾸만 듣게 된다.
누군지 궁금해서 와썹 뮤비를 몇 개 봤는데... 음. 그냥 기억을 지우고. 얼굴 없는 아이돌로 마음 속에 간직하기로 했다.-_ 노래는 좋다.
요새 아이돌들 보면. 노래는 좋은데. 뮤비나 무대 컨셉이 영 병맛인.-_ 경우가 많다. 아마추어리즘을 의도한 거라기엔. 너무 진지해 보여서 더 안쓰럽다.

네이버 뮤직. 한 달에 30곡씩 미리듣기랑 같이 결제하는데. 요즘은 이 30곡 다 쓰는 것도 벅차다.-_ 벌써 두달째 이월중.

AOA 지민? 뭔가 개중엔 가장 확 띄고 예뻐 보이면서도. 미묘하게 위화감이 드는 얼굴이라. TV에 나온 김에 자세히 관찰해 봤다.
처음엔 몰랐는데. f(x) 엠버 닮았다. 라마상이다. 눈 사이가 멀고. 코가 특징적이다. 뭔가 복고적인? 특유의 헤어스타일과 묘한 시너지를 이루는 것 같다.
결국 내가 느낀 불편감. 위화감의 중심은. 쌍꺼풀과 눈 사이 거리인 것 같다.-_ 자세하게 쓰면 모욕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굳이 안 쓸란다.
일단 딴 사람은 못 느끼는 걸 봐서. 내 개인적인 위화감인 건 확실. 사실 그냥 생각없이 보면 이쁜데. 이런 불편함을 굳이 들어낼 필요가 있나 싶다.-_

윤하. 인터넷에서 우연히 사진 보는데 0.5초간 수애랑 너무 닮아 보여서 살짝 놀랐다.
3사 라디오를 다 듣긴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많이 듣는 건 MBC꺼. 별밤이랑 심심타파다. 맨 처음 라디오 입문할 때부터. DJ 바뀌기 전부터 쭉 들어왔으니.
윤하는 DJ 초반에 엄청 버벅대던 게 무색할 정도로.-_ 이젠 자연스럽게 잘한다. 신동은 언젠가부터 라디오 진행의 경지에 오른 것 같고.

몇주 전 무한도전에서. 국민MC 박명수의 뻘짓 줄다리기. “이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미래입니다.”
풍자를 하고 싶은 건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비꼬려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사람 죽고 뭐시기 하는 건 그냥 비아냥대고 싶어하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
얼마 전 우연히 본 예능 중에 렛츠고 시간탐험대라고 있다. 일명 생고생 프로젝트. 과거로 돌아가서 그 삶을 그대로 살아본다는 컨셉.
장동민 유상무 나오는 전형적인 B급 정서 예능이다. 그 사람들 나오면 프로그램 분위기가 다 비슷해지는 거 같은데.-_ 뭐 그런 개그도 좋아하니까.
인상깊게 본 장면은. 조선시대 노비의 삶을 그대로 살아본다며. 닭 잡고 소 뜨는 걸 직접 시키는 거였다.-_ 당연히 모자이크.
내가 보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미래는 오히려 이거에 가깝다. 지금까지 굳이 볼 필요 없던 사실들을 직면시키는 것. 무한도전 꺼는 그냥 비아냥이지.

...언젠가부터 무한도전이 영 비실비실하다. 추격전 컨셉마다 후발주자인 런닝맨한테 확연히 밀리고. 기타 기획도 그닥 감흥이 없다.
자체에서 재미를 찾기보다 자꾸만 뭘 말하려 그러니까 그렇지. 무한도전은 자꾸만 그 안에 메세지를 끼워넣으려 한다.
대놓고 진지를 빨든. 대사들 속에 은근슬쩍 끼워넣은 비아냥이든. 해석이 필요하단 건 어느 정도 가벼움을 포기한다는 거다. 쉽게쉽게 가야 편하지.
메세지를 끼워넣든 말든. 그 메세지가 없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보더라도 그 자체로 성립하는 상태인가의 문제다. 이건 예능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개인적으론 런닝맨스러운 대놓고 가벼운 예능이 좋다. 멤버들이 다 가벼움의 코드를 안다. 그 중에서도 기린광수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

우결. 새로운 우영 세영 커플 걱정된다. 같은 4차원이라도. 정준영이 나름 유도리 있는 4차원이라면. 우영은 영 답답한 4차원이다.-_
센스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 내가 봐도 저러면 별롤 텐데 하는 게 보일 정도면.-_ 진짜 어지간히 센스없는 건데.
but. 이걸 나아지는 모습을. 센스를 갖춰가는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낼 수만 있다면. 오히려 레전드가 될지도. 물론 가능성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_

우결에서. 우영이 인디밴드 듣는 사람이 좋다 뭐시기 말하는 거 듣고.
인디라는 건. 장르라기도 뭐하고. 음악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실체가 없는 거다. 음악 외적인 측면. 생산자 입장에서의 정체성을 말하는 거다.
소비자 입장에서 인디라는 건. 일종의 로고 같이. 본인의 자기정체성을 보강하는 데나 쓰이는 거다. 음악의 질과 상관없이.
그러니까. 예를 들어. 공정무역 커피 같은 거다. 커피의 품질과는 그닥 상관없는. 이미 상당수 기업의 마케팅 전략의 일부로 포섭된.

jyp 그쪽 음악들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굉장히 미묘한 느낌들을 다루는 예민한 음악들이 많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리기 쉬운.
대부분 음악보다는 목소리에서 온다. 오히려 배경은 텅 빈 느낌. 대충 들을 때는 전혀 못 느끼던 미묘한 발음. 발성. 억양. 감각들.

국내개봉 영화제목 중에「어웨이 프롬 허」...이 정도는 *당연히* 한글로 번역해야 되는 거 아닌가.-_

국내 WoW가 언제 서비스를 종료할지 모르기에. 애초에 처음부터 그쪽 본거지인 북미섭에 둥지를 틀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거참 어지간히 유난 떤다 싶으면서도.-_ 예전에 언급했던 온라인 게임의 영속성 문제가 생각났다.
워크래프트 영화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그 쪽도 마블코믹스 이쪽처럼 굳건한 거대한 제국을 형성하려는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는. 아무리 게임 축에서 잘 나간다 해도. 결국 게임. 매니악한 영역이다. 영화화의 성공이 그 경계를 뚫는 경계선이 될 거다.

차례 지내고 음복주. 역시 비싼 술은 뭔가 다르다. 엄청 맛있다. 바로 성묘 가서 소주도 한잔 먹었는데 맛의 차이가 확연하다.
돈 많은 사람들이 비싼 양주에 몇십 만원씩 때려박는 게 이해가 갈 것도 같다.-_ 돈 많으면 다 뭐에 쓰겠나. 다 먹고 마시는 거에 쓰겠지.

의지에 대한 글을 하나 쓰고 싶다. 혹은 미리 잘 쓰여진 체계적으로 완성된 한 편의 글을 보고 싶다.
의지만능주의의 허구성. 정신일도 하사불성식의 의지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의 헛점. 사고통제의 문제. 강박적 성향과의 연관성.
인간의 의지는 기본적으로 약한 게 당연한 거고. 그걸 차근차근 달래가며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설득적으로. 자세하게 풀어서...

지금 상태는. 막 눈밭에서 let it go를 외치기 시작한 엘사. 화이트스완 바깥쪽을 기웃거리기 시작한 니나 같은 느낌이다.
(1차적) 통찰에 닿으면 모든 게 다 끝날 것 같았는데. “깨달음 이후에도 빨랫감은 계속 쌓인다.” .. ㅠ 오히려 이건 고난의 시작에 가깝다.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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