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기억

Posted 2010. 11. 26. 06:29,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블로그 리셋한 김에, 스킨 테스트도 할 겸 예전 글 하나를 옮겨적어 본다

이글루스 렛츠리뷰에 당첨되어 김형경씨 책을 읽다가 따로 생각해볼 거리가 생겨서 적어두었던 글이다
이른바 ‘최초의 기억’ - 정신분석학적 용어로 당사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틀이라고 해석된다

“...최초의 기억이 평화로운 들판으로 소풍 가는 일이라면 그는 인생을 소풍처럼 인식한다.
할머니 등에 업혀 어두운 들판을 가로질러 올 엄마를 기다리는 일이 최초의 기억이라면,
그는 평생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형경 - 좋은 이별, p.215~216

나의 최초의 기억 후보에는 두 개가 있다 어떤 게 먼저인지는 사실 모른다

첫 번째 기억은 엄마 등에 포대기로 업힌 채, 물에 잠겨 초토화된 시장을 바라보던 기억이다
나중에 만들어진 기억이 아닌 건 확실하다 아무도 내게 먼저 홍수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았으니까
중학교 때쯤 엄마와 얘기하던 도중 나한테 이런 기억이 있다고 맞냐고 물어봤더니
내가 어릴 때 고향에 큰 홍수가 났었다고 얘기해 주시더라 언젠지는 정확히 안 말해주셨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내가 두 살 네 살 때의 일이더라 (보통 세 살 이전의 일을 기억하는 일은 드물다던데)

두 번째 기억은 시골 (작은) 할머니 댁 툇마루에 포대기에 둘둘 싸인 채 혼자 방치되어 있던 기억이다
헐고 새로 짓기 전의 한옥 건물이라는 느낌이니까 내가 아주 어릴 때의 기억인 건 확실하다
엄마와의 대화 중 이 얘기도 나왔었는데 아직 아기일 때 나를 할머니 댁에 한동안 맡긴 적이 있다고 한다
근거는 없지만 이건 그 당시의 기억이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아닐 가능성도 크지만)

둘 중 어떤 게 먼저이든, 세상을 그리 긍정적으로 바라볼 만한 기억은 아닌 것 같다-_
심리학적으로 볼 때 - 내가 겪는 문제들의 근원이 아마도 이 기억들과 아주 관련없지는 않을 거다
(아마 상담사한테 말하면 엄청 좋아할 것 같은 내용이지만, 아직은 별로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예전부터 김형경씨의 책을 읽다 보면 독자에게 자꾸 정신분석을 받아볼 것을 (은근히) 종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실제로 비슷한 걸 받아 보니 확실히 마음이 편해지긴 한다 은근히 돈이 들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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