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예전에 빌려서 읽다가 끝까지 다 못 보고 접었던 단편 하나를 문득 다시 (뜯어)보고 싶어져서... 다시 빌려보다.
새로 나온 러브크래프트 전집 총 4권? 중에서 ‘환상소설’로 분류될 법한 단편들을 모아놓은 권-
이 권에는 주로 꿈에 관련된 얘기들이 많고... 딱 자기 꿈들을 소재로 각색해서 썼을 거란 짐작이 된다. (느낌 아니까-)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현실에서 발을 뗀 듯- 붕 뜬- 무의식에 침잠되는. 모성콤플렉스적인. 영원한 소년puer aeternus스런 이미지가 가득하다...
(내가 왜 이끌렸었는지 알만하다...) (무의식적 혼돈에 대한. 거의 종교적인 숭배...가 느껴지는 느낌이다..)
계속 비슷한 느낌으로 등장하는 꿈 속의 ‘이상화된’ 도시들- (꿈 속에 주구장창 등장하는 도시 하면 내가 할 말이 많지.ㅠ)
(아니마가 꿈 속에서 (사람 말고도) 도시의 이미지로 나타나곤 한다는 게 알기 쉽게 보여지는 글들이다...)
러브크래프트도 자기 꿈들의 정체에 대해서 스스로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았나 싶다. (이상화된 유년기와 회귀적인 그 어떤 느낌적인 느낌들-)


(로드 던세이니랑 비슷하단 말이 지금은 뭔 말인지 알지-)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단편 북극성이 제일 세련되게 와닿는 거 같다...)



북극성Polaris-

매일 밤마다 꿈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꿈을 꿀수록 점점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어떤 신비한. 이상화된 도시의 이미지-
고풍스런 로마풍의 성벽. 돔. 대리석. 석조 건물들. 근엄한 석상들- 기이하면서도 고귀하고 친숙한 사람들. 배운 적 없는 지혜의 언어- 명예와 애국심-
(문명적인. 세련된. 다듬어진. 고전적인. ‘의식적인’ ‘고귀한’ 가치들- 어떤 이상화된 톤이 느껴져온다-)
처음엔 그저 꿈처럼. 형체없이 지켜보던 것과 달리. 점점 그들과 어울리고. 관련성을 분명히 하고. 거기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꿈이 아니야. ...또 다른 삶이 있다는 생생한 이 현실이 어떻게 꿈일 수 있겠어?”


한편. 주변국을 멸망시키고 그 도시를 향해 침공해오는. ‘압도적인’ 전투력의. ‘명예를 모르는’ 잔혹한 야만인들- ‘황색의 악마들’-
(이상화된 가치를 위협해오는. 악마화된. 파괴적인 그림자상-)
주인공은 어느새 육체를 가진 채로. 꿈 속의 도시에 온전히 ‘속한’ 채로. 곧 다가올 ‘예정된’ 파멸에 대비하고 있다.
직면한 멸망에 꿋꿋이 대비하는. 든든하고 듬직한 어른- 친구- 총사령관과. 반면 위기의 순간마다 ‘실신’해 버리는. 허약하고 유약한 몽상가로서의 자신-
그로부터 전투요원 대신. 망루 감시꾼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망루에서 홀로 몇날 며칠을 지켜보고 있다-


but- 이 모든 걸. 꿈과 현실을 넘어 양쪽에서 불길하게 ‘지켜보고’ 있는. (‘악마의 눈’을 연상시키는-) 창백하게 빛나는 북극성-
‘농락하듯’- 반역의 잠을 청하라고. 사악한 충고. 가증스러운 운율들- 속삭임-
비몽사몽- 자다 깨다 ‘현실의 꿈을 꾸듯’- 이 꿈 속에서 깨워달라고. 수치심. 절망. 애원- ‘고귀한’ 도시를 지킬 수 있게. 임무를 다할 수 있게 해달라고-
but. 모든 게 혼란스런... ‘현실-꿈 속의 꿈-’의 존재들이 ‘비웃어오듯’.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라고. 애초부터 ‘그딴’ 도시는 없었다고-


(어떤 이상화된 내적 가치에 대한 ‘이해받지 못함’. 소외. 아니마와 결부된 ‘잃어버린 고향’. ‘상실’과 허함과 비참함의 정서가 도드라진다...)


“나는 맡은 일에 실패했고, 대리석 도시 울라소를 배반했다. 친구이자 사령관인 알로스의 기대를 저버렸다.”
“내가 자책의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시시각각 위태로워지는 도시를 구하고자 사력을 다하는 동안, 그 부자연스러운 ‘꿈’을 떨쳐버리려고 부질없이 애쓰는 동안...”



잠의 장벽 너머Beyond the Wall of Sleep-

야만적 퇴행을 겪은. 낮은 정신수준을 가진. 퇴폐적인. 지저분한. 천박한. ‘열등한’ 토박이 농민의 환상 정신발작에서 드러나는 기괴한 이미지들-
but. 거기에 매혹을 느낀. 고도로 의식적인. but 몽상가 기질이 있는 젊은 의사가. 그가 진술하는 기괴한 꿈과 환영들을 기록하면서 점점 거기에 빠져들고-
나중에는 자기가 개발한 ‘정신 교감’ 도구를 이용하여. 죽어가며 마지막 꿈을 꾸는 그 남자의 뇌와 자신의 뇌를 직접 연결한다...
“서정적인 멜로디- 화음과 떨림, 조화로운 황홀경-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이 전부 익숙한 것으로 보아, 나는 그 극락의 세계에서 이방인이 아니었다.”
“마치 그 세계가 영겁의 세월 전부터 있어 왔고, 또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듯이...”

(꿈 속에 등장하는 이상화된 도시와 같은 맥락이다. 마치 잃어버린 고향처럼- ‘붕 뜬’ 자기가 ‘진짜로’ 속한 곳- 아련한 ‘극락paradise’의 세계-)


책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천사deva가 연상되는. 황금빛의. 빛나는 ‘젊은’ 남성- 이상화된 고차원적인 존재가 등장한다.
“그대의 실제 자아 중에서 지구에 깨어 있는 절반의 자아... 그대가 꿈이 없는 잠의 자유 속에서 스스로 되고자 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나다.”
(그가 동일시하는 내면의 상. 어떤 자아이상- 내면의 ‘신’- 푸에르 에터누스 그 자체로 다가온다...)



랜돌프 카터의 진술The Statement of Randolph Carter-

랜돌프 카터. 어떤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연구를 진행중인. 자기를 늘 ‘압도하는’. ‘유능한’ 동료 옆에 어설프게 조력자. 연구보조로 붙어 있다.
적극적인 관심이 있어서가 아닌. ‘내키지 않는 매혹’에 이끌려 ‘어정쩡하게’ 함께한- ‘오히려 잘 몰라서 다행이었다고’- (음-)
동료가 이끄는 대로. 함께. 한밤중에 고대의 지하묘지를 파헤치고. 석판을 들어내고. 커다란 구멍. 심연으로 이어진 돌계단을 드러내고-
그가 랜돌프 카터를 위에 남겨두고. 혼자서. 지상과 달랑 전선 하나로만 연결된 채로 홀로 지하세계로 들어간다.
“(어차피) 비밀을 푸는 열쇠는 그 혼자 알고 있었으니까-” (되게 수동적이고 회피적인- 책임감 결여- 답답함이 느껴진다-)
but. 동료는 그대로 지하세계의 어둠에 ‘잡아먹혀’ 버리고- 랜돌프 카터는 혼자 무력하게 남은 채. 패닉 상태로 어찌할 줄을 모른 채 절절매고-
“그 빌어먹을 계단을 막아버리고 죽어라 도망쳐-” 전선을 통해 전해져오는 절규- 비명- 욕- 악다구니- 울부짖음- 결국 기절-


(미지의 ‘매혹’에 이끌려. ‘인도자’를 따라 거기까지 왔으면서도. 적극적인 참여도 대면도 해결도 없는- 두려움과 무력함과 수동성이 느껴진다-)



울타르의 고양이The Cats of Ulthar-

“고양이는 신비한 동물이며 인간이 알지 못하는 기이한 것들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버려진 땅의 무성한 숲 속의 오두막에 고립되어 사는. 늘 표정이 섬뜩한. 음산한. 가까이 다가오는 고양이를 모두 잡아죽이던 노부부-
마을 사람들 모두가 무서워하고. 가까이 갈 엄두를 못 내는. 키우던 고양이가 죽어도 그저 맥빠진 분노- 슬픔과 불안-
그러던 와중에. 기묘한 의식과 해괴한 주술적 그림들로 가득한. 기괴한 흑인 캐러밴이 마을을 지나고-
그 사이 캐러밴의 흑인 소년이 애지중지 아끼던 검은 새끼고양이가 실종되는 일이 벌어지다- 노부부를 의심하지만- 아무도 감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러자. 묵묵히 있다가. 슥 (결단하듯) 나선. 흑인 소년의 고대 흑주술- 기도. 태양을 향한 저주.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
그러고서. 마을의 공포의 대상이었던 노부부가. 마을의 고양이와 딱정벌레scarab가 말끔히 싹 발라먹은 해골로 발견되었더라... 하는 이야기...


(원시적인. 흑마술적인 잔혹한 신비에 대한 어떤 양가적인 감각. 두려움과 동경이 동시에 느껴지는 느낌이다...)



히프노스Hypnos-

몽상가적인. 붕 뜬. 꿈의 세계에 집착하던 조각가가. 우연히 ‘군중의 야비한 호기심에 시달리던’ ‘고귀한’ 사내를 발견하고 친구가 되다.
“그 눈빛에서, ‘보통 사람’의 의식과 현실을 초월한 왕국의 숭고함과 공포를 보았다. 내가 늘 상상해 왔지만, 헛된 망상이라고 여겼던 왕국 말이다.”
“나와 함께 집으로 가자고. 심오한 비밀을 푸는 ‘스승’이나 ‘길잡이’가 되어 달라고...”

그와 함께 지내며. 그의 얼굴을 ‘심혈을 들여’ 조각함과 동시에. 독특한 약물을 사용하여 함께 꿈의 세계의 탐험에 몰입하다-
“꿈 속에서 그는... 놀라우리만큼 젊어진 얼굴에서 눈빛이 이글거렸고... 생경하고도 기이하고 섬뜩하리만큼 아름다운 황금빛을 발산했다.”
“우리의 대화는 신을 모독하는 내용이었으며, 섬뜩하리만치 야심만만한 것이었다. 자신이 직접 별을 다스리고, 살아 있는 만물의 운명을 손에 넣고자...”
“(하지만) 나는 맹세코 그런 극악한 꿈을 꾼 적이 없다. 그것을 감행할 정도로 나는 (친구만큼) 강인한 인물이 아니었기 떄문이다.”


점점 더 자신감에 찬 채로. 더 깊고 더 멀리 나아가던 와중에. 그는 통과해 들어갔지만 주인공은 튕겨져 나온 깊숙한 금기의 악몽의 장벽-
홀로 깨어난 채로. 금기의 장벽 안에 들어간 그가 ‘지옥의 광경을 본 듯’ 공포에 질려 절규하는 걸 목격하다-
소스라치며 깨어난 그가. 다시는 그 꿈의 왕국을 찾지 말라고- 가능한 잠들지 말아야 한다고. 필요하다면 약물에 의지해서라도 깨어 있어야 한다고-
‘집어삼키는’ 꿈의 세계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하지만. but 우주 너머로부터 누군가를 ‘비웃듯’ 부르는 소리- 둘 다 점점 수척해져 늙어 가고-
결국 잔뜩 지친 채로 방심한 채 잠들어버린 친구를- 한순간에 잔혹한 꿈의 세계가 덮쳐와 ‘집어삼켜’ 버리다-
그렇게 친구는 사라져버리고. 남은 건 친구를 똑 닮은 조각상- ‘시간을 초월한 젊음’- ‘신을 닮은’ 이마- 황금빛 왕관을 쓴 사내의 조각상- ‘히프노스’-
“냉소적이고 탐욕적인 히프노스, 꿈의 신, 밤의 제왕- 밤하늘과 지식과 철학의 광기 어린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


(꿈과 환상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동시에 그 ‘집어삼키는’ 이면에 대한 공포- 무의식에 대한. 어떤 숭배적인... ‘오만의 죄’를 자극하는 느낌이다...)



실버 키The Silver Key-

(회귀적인 성향과 ‘상실’의 감각이 제일 노골적으로ㅠ 드러나는 작품이다. 자전적인. 자기고백적인 느낌이 섞여있을 듯한 느낌이다...)
랜돌프 카터. 어른이 되면서 꿈의 세계로 향하는 열쇠를 ‘잃어버린’. 한때는 꿈의 세계에 직접 닿아 있던 사람...
“‘진정한’ 평화와 꿈속에서만 ‘영원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위안들은, 사람들이 유년의 비밀과 순수를 상실했을 때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살짝 어린왕자가 연상되는 느낌이다. 현실에 가성적응하려 유년기의 꿈과 환상을 잘라내고서도. 끝내 진짜로 현실에서 살진 못한 느낌-
(구구절절에서- 유치하기까지 한. 청소년적인. 붕 뜬 이상주의적. 낭만주의적인 쪼가 느껴진다-)
극도로 냉소적인. 회의적인 사람이 되어. 쭉 공허함과 이해받지 못할 고독과 심리적인 ‘그리움’. ‘향수’에 시달리며...
유년기의 꿈을 되살려보려. 소설창작과 환상과 신비주의에 탐닉하지만 성공적이지 못한 채ㅠ 결국 삶에 대한 깊은 회의와 함께 과거로 침잠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년의 잔재와 세상과의 거리감 탓에 삶과 학식이 매우 아득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ㅠㅠ...)


삶의 방향을 잃고. 틀어박혀 과거로 침잠한 끝에... 잊혀져 있던 유년의 환상의 편린들이 (어머니-) 다시 어렴풋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꿈에 나타난 (자기를 이해해주던. 죽은) 할아버지-노학자가. 가문 대대로 내려온. 다락방에 200년째 잠자고 있는 ‘은 열쇠’에 대해 일깨워주다-
그러고선 점점 더 생생해지는. ‘유년기를 연상시키는’. 기이한 도시와 환상 속의 정원의 꿈들-
“그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그를 부르는 소리... 그는 과거 속으로 돌아가 그 시간과 자신을 뒤섞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뭘 어찌할지 모르는 채로. 감각을 따라. 은 열쇠를 주머니에 넣은 채로. 고향.. 어렸을 때 살던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간다’- (‘순례’-)


40년만에 다시 찾아온 고향- 변해버린 주변 환경과. 폐가가 되어버린. 버려진 옛 저택을 거닐며. 허무함. 무상함. 고독을 느끼다가...
순간. 얼핏얼핏 의식을 뚫고 들어올 듯. 미묘하게 현재와 겹쳐오는. 신비한. 어릴 적. 과거의 메아리들-
(왠지 되게 익숙한 감각이네...) (무라카미 하루키 댄스댄스댄스스런- 양사나이- 어떤 ‘연결점’- 그런 느낌과도 겹치고...)
...그와 ‘동시에’. 소년 랜돌프 카터도 미묘하게 겹쳐오는 꿈결같은 감각을 느끼고- 자기도 모르는 새에 은 열쇠가 주머니에 들어 있음을 느끼고-
고향 산중턱의. 금기시된 ‘뱀 굴’ 안쪽 어두운 틈 너머. 음산한 화강암 묘지의 막다른 벽으로 다가가 은 열쇠를 꺼내들고...
그대로 어린 시절의 자신과 ‘겹치듯이’ 실종되다... “그가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 말할 수 없다. 그는 잃어버린 꿈의 땅을 원했고, 유년 시절을 그리워했다.”


(유년기로의 ‘이루어질 수 없는’ 회귀욕망이 대부분 일종의 죽음충동을 암시한단 느낌이다...)



실버 키의 관문을 지나서Through the Gates of the Silver Key-

실버 키의 속편- 실종된 랜돌프 카터의 유산 분배 자리에서. 자칭 ‘대리인’이. 랜돌프 카터로부터 ‘전해들은’ 모험담을 이야기해 주는 형식이다.
“그는 평생 동안 꿈의 풍경과 가상의 세계를 통해 현실의 권태와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다가 54세의 나이로 돌연히 사라진 인물이었다.”
“그는 잃어버린 유년 시절과 꿈속에서 본 전대미문의 땅과 모든 차원이 완전히 해체된 심연으로 가고 싶었을 뿐이라고...”


차원 ‘관문’ 너머에서. 자아가 해체되고. 더 위대한. 근원적인 존재와 연결되고- 그 반영들인 수많은 동시존재-분신들을 느끼고- 깨달음-
“더 큰 자유와 더 신성한 욕망과 격렬한 호기심...” 영성적인. 고차원적인. ‘지상의 앎의 하찮음’을 암시하는. ‘본질적인’ 깨달음. 신비경험의 이미지다.
그 과정에서. 유독 ‘꿈 속에서 가장 집요하게 나타났던’ 자신의 어떤 분신에 관한 ‘매혹’과 궁금증에... 탄원하듯 하여...
아득히 머나먼 행성. 곤충을 닮은 집게발과 주둥이를 가진 기괴한 외계 생명체. 부족의 주술사에 ‘겹치듯이’. 그 분신의 삶을 함께 살아가게 된다...


but. ‘매혹’이 사그라들고 나니. 다시 인간의 형태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걸. 인간으로서의 정신이 그 몸에 갇혀버린 걸 뒤늦게 깨닫고. 당혹- 패닉-
(한참 고양되던 시기가 지나니. 뒤늦게서야 아차... 싶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놈의 ‘깨달음’이 꽤나 얄팍했나 보다-_-...)


원래의 삶- ‘고향’과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온갖 준비와 노력으로- 우주선을 몰아. 시공간을 뚫고. 기괴한 곤충 외계인의 모습으로 지구에 돌아오지만-
이미 친척들은. 그가 사망한 걸로 간주하고. 재산을 처분하고. 지상에서의 그의 흔적을 지우려 들고 있고-
인간으로서의 삶을 보존하기 위해. ‘대리인’으로 변장한 채로. 유산 분배 자리에 참석하여. 랜돌프 카터의 입장을 대변하듯- 열변을 토해보지만-
결국 정체를 들키고. 가면 뒤의 섬뜩한 모습과 집게발을 들키고- 혼란과 공포를 남긴 채로 그대로 사라져서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령 그게 고차원적이고 낯설고 기이한. earthly하지 않은 곳일지라도 한 곳에 ‘묶이기’ 싫어하는 감각이 느껴지고...)
(어떤 ‘지상의 삶’에 대한 양가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벗어나고 고양되고 싶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발붙일 곳을 남기고 싶어하는...)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The Dream Quest of Unknown Kadath-

(이 캐 장황하기 짝이 없는-_- 내용도 잘 기억 안 나고 감정적인 인상으로만 남아있던 순례기를 다시 읽으려고 본 거였다-)
랜돌프 카터. 어김없이 꿈 속에 등장하는. ‘하루하루가 놀랍고 즐겁기만 했던 시절을 연상시키는’. 황혼녘의 경이로운 황금빛 대리석 도시-
“그는 자신에게 그것이 절대적인 의미임을 알았다.”
but. 매번 난폭한 꿈의 신들에게 ‘구속되듯’- ‘유혹하듯 펼쳐진’ 도시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채로. 꿈이 점점 흐릿해지고-
꿈이 흐릿해질 때마다. 기억이 사라져 버리는 듯한 무서운 불안감과 ‘상실’의 고통. 경이롭고 소중한 그 곳을 다시 찾겠다는 엄습하는 절박감- (ㅠㅠ..)
신들에게 간절히ㅠ 기도했지만. 아무런 대답 없이. 오히려 ‘신의 뜻을 거스른다는 듯’- 점점 사그라들더니 완전히 사라져버린 꿈-
결국. 인간으로서는 처음으로. 신들에게 면대 면으로(!) 무모한 탄원을 해보기 위해- 신들의 도시-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장대한 여정을 시작하다-


(저런 ‘상실’의 감각.ㅠ 댄스댄스댄스스런 하루키적 감성과도 이어지고- but 여기서는 훨씬 더 적극적인 침잠과 회귀를 추구하고 있다...)


꿈 속의 거주민들 아무도 알지 못하는+알고 싶지 않아하는. 오래된 전설과 신화 속에서나 언급되는. 공포스런 꿈의 신들이 거주하는 곳-
“지금까지 카다스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으며, 앞으로도 그러는 편이 이롭다고-”
얼핏 ‘불가능해 보임’에도. 수소문. 탐색- 온갖 전설. 신화. 신비주의 지식을 생존지식처럼 끌어다 쓰며. 실체없는 단서를 따라가는. ‘숙명의’ 여정. 순례-
꿈의 종족들- 기괴하고 적대적인 괴물들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섬뜩하지만 비적대적인 괴물 조력자들의 도움을 얻어가며-
불길한 꿈의 숲과. 지하묘지와. 노예선. 검은 바다의 항해와. ‘인간이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고산 바위절벽과. 붙들려 창공을 나는 섬뜩한 비행까지-
“그 어떤 어려움에도 그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사로잡힌’ 상태에서의. 어떤 숙명이자 삶의 의미 그 자체-)


온갖 (길고 장황한-_-..) 모험 끝에. 조력자들의 힘을 빌어. 꿈 속의 적대세력을 상대로 ‘승리하고’- 숙원의 목표- 신들의 도시 카다스를 발견하고-
꿈 속의 경이로운 도시를 돌려달라는. 처음 각오처럼. 자유롭고 당당한 탄원을 생각하며 신들의 알현실에 들어서지만-
차가운 어둠. 압도하는 음악. ‘비웃듯이’ 감도는. 사악한. 비우호적인 힘에 압도되듯. 한순간에 아득한 무력함과 초라함을 느끼며 좌절한 채로-
그의 앞에 압도하듯 나타난. ‘타락한 대천사’ 같은. 눈부신. 빛나는 금관을 쓴 ‘젊은이’- 암흑의 신(니알라토텝-)을 대면하다-


“그대의 황금빛 대리석 도시는 그대가 유년에 사랑했던 것들을 합쳐 놓은 것에 불과함을, 그대는 잘 알고 있다.”
“그대라는 인간을 만들어냈던 아름다운 세계... 알 수 없는 영겁의 주기를 통해서 살아남은 유년에 품었던 생각과 환상...”
“그대의 여정이 계속될 곳은 미지의 바다 건너가 아니라 그대에게 익숙한 과거의 시간이다.”
“대리석 계단을 밟고 도시의 넓은 광장과 영롱한 분수로 들어서기 위해, 그대 자신이 그리워하는 유년의 생각과 환상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최후의 혼돈의 유혹- 노랫소리- 운명을 건 추락과 함께- 그토록 그려왔던 환상의 도시의 감각을 일깨움과 동시에 잠에서 깨어나며 끝나다-


(오히려 진짜 꿈처럼 장황해서..-_- 예전에 (기록도 안 남은...) 내 꿈들을 더 떠올리게 만드는 느낌이다...)
(읽으면서도 뭔가 안쓰러운 느낌...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과 이상향을 써내는 건 좋지만... 거기에 정말 심리적인 ‘해결’은 없단 느낌이다...)



찰스 덱스터 워드의 사례The Case of Charles Dexter Ward-

요건 너무 길기도 하고. 예전에 본 적 있기도 하고. 주제나 느낌이 살짝 이전 단편들과 비껴가는 느낌이라... 걍 안 보고 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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