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읽다 보니... 이쪽 정서의 또다른 끝판왕인-_- 에드거 앨런 포가 떠올라서...
나름 유명해서 여기저기서 은근히 자주 언급되는데. 단편 전집에 안 들어있어서 안 읽어본 요 소설을 생각난 김에 읽어보기로 하다.
나름 모험기..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분위기가 암울하고 우중충하기 짝이 없다.-_-
‘집어삼키는’ 무의식의 미지의 혼돈에 대한 (준 숭배적인-) 경외와 공포와 ‘매혹’. 이끌림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러브크래프트랑 딱 같은 과다...)
점점 더 문명과 동떨어진 극한상황으로 몰아붙여질수록. 점점 더 이성과 sanity의 가장자리로 (무의식에. 제발로) 가까이 가는 느낌이다.
“‘심연으로 떨어지고 싶은’ 강렬한 유혹- 그것은 도저히 억제할 수 없는 욕망, 열망, 정열이었다.”
“뱃사람의 밝은 면에 대해서는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파산과 기아에 대한 것이었고, 야만인들 사이의 포로와 죽음에 대한 것이었으며, 접근할 수 없는 미지의 바다에 떠 있는 잿빛 황량한 바위에서의 슬픔과 눈물로 점철된 것이었다.”
(음...-_-...)


살짝 우울끼 있는. 생각많은. 몽상가 기질이 있는 소년이. 바다와 그 파괴적인 미지의 위험. ‘집어삼킴’에 ‘유혹되듯’-
친구가 마련해준 기회를 잡아. 지상의 안정된 삶. 가문. 재산. 상속을 ‘쳐내듯’- 친구 아버지 배의 창고에 몰래 밀항한 채로 먼 항해를 떠나면서 시작-


but- 금방 데리러 온다던 친구는 오지 않고- 바다 한가운데. 흔들리는. 좁고 캄캄한. 화물창고의 미로 속에 하릴없이 갇힌 채로-
‘끝없는 잠’. 혼돈- 폐소. 질식- 갈증. 두통. 뱃멀미- 공포와 절망- 비몽사몽으로 꾸는. ‘휘감아오듯’ 칭칭 감겨오는 뱀들. 붙잡힘. 강박적인 꿈들-
“나는 인간 만사 중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바로 산 채로 매장당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원래대로라면. 친구가 손을 쓰는 대로 바로 선실로 올라와서. ‘모든 게 통제 하에’ 쾌적하게 진행되어야 했을 항해가-
선상반란mutiny- 무질서. 혼란. 깽판- 잔혹한 학살- 피와 시체- 폭풍우- 파선- ‘매 순간 바람과 파도에 운명을 맞긴’ 통제불능의 표류로 이어지고...
극도의 굶주림- 이성의 퇴화. 백치 같은 미소. 환각과 헛소리들... 그런 동료들을 비참하게 지켜보는. 그나마 제정신 잡고 있는 주인공...


그러다가 겨우 마주친 범선을 보고- 감격과 환희에 젖지만- but 표류하는 유령선.ㅠ 시체 썩는 냄새. 배에 내려앉아 살을 뜯어먹는. ‘포식하는’ 갈매기들-


그 ‘풍족한’ 포식광경을 보고. ‘동물적인’ 식인충동을 일깨운 듯- 리차드 파커가 번뜩이는 눈으로- 나머지를 살리기 위해 하나가 죽어야만 한다고-
유일하게 제정신 잡고 있던 주인공도. 혼자 반대하다 자기가 몰릴까봐 ‘어쩔 수 없이’ 동의하고...
제비뽑기에서 (자기가 제안하고 자기가-_-) 진 리차드 파커는 저항없이 담담하게 살해되고. 나머지 생존자들은 희생자의 피로 목을 축인다...
(유명한 식인장면...) (금기의 너머... ‘동물적인’. 이성과 인간성의 끄트머리...스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표류하다가... 끝내 배가 뒤집히고... 뱃바닥의 따개비를 긁어먹으며 연명하던 와중에... 지나가던. 남태평양으로 향하는 범선에 구조되다-
미지의 남태평양- 지도에도 없는 수많은 섬들- ‘낙원’- 거기서는 누구나 자기가 군주고 총독이라고-


구출되었지만. 문명의 품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그대로 이어지는 미지의 남극으로의 항해-
점점 낯설어지는 풍경들. 얼음. 빙원. 눈. 우박폭풍. 기이한 식물들. 처음 보는 육지동물의 사체. 화려한 괴물 새들. 하늘을 뒤덮는 알바트로스 떼-
선원이 추락하고. 괴혈병이 돌고. 연료가 고갈되어 가지만- 미지의 세계에 ‘매혹된’ 주인공의 강경한 설득으로 탐험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다가- 남극에 가까운 곳에서- 이국적인. ‘모든 것이 검은’. ‘흰 것이라곤 없는’. 얼핏 ‘낙원같은’ 섬에 정박해서. 보급과 무역품 거래를 진행하는데...
“지금까지 문명인이 방문한 그 어느 곳과도 다른 세상... 우리가 전에 보고 언급한 것들은 여기서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but. 천진하고 우호적인 태도의 검은 원주민들이- 방심한 사이 한순간에 잔인하게 돌변- 배신- 배를 약탈-불태우고 선원들을 학살하고-
인위적인 흙사태에 ‘생매장당했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주인공은. 원주민의 카누를 훔쳐 타고 바다로 탈출해서. 점점 더 남쪽으로. 남극을 향해 나아간다.
(애초에 그 상황에서 더 남쪽으로 나아간다는 게... 애초에 별로 살고픈 욕망이 없는.-_- 미지와 무의식에 침잠되고 싶어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반복적으로 (섬에서부터는 거의 노골적으로-) 흰 것과 검은 것의 (분열적으로) 대조적인 이미지가 보여진다.
섬에서 주인공이 발견한. 인위적으로 새긴 흔적처럼 패인 거대한 동굴들- 문자들- (에티오피아 어로 ‘그림자’ 또는 ‘어둠’이라고 부록에 나오는-)
섬 이름도 살랄(히브리?어로 ‘검은색’이라고-)이고. ‘흰 것’만 보면 주술적인 흥분과 공포를 보이는 원주민들- “테켈리-”
탈출해서 남극에 가까이 갈수록. 점점 몽환적인 상태로. 극광과 하얀 운무- 화산재 같이 흰 가루들- ‘모든 것이 하얀’ 남극의 겨울- (winter is coming-)
“나는 몸과 마음 모두가 멍한 상태였고, 마치 꿈꾸는 것 같았다. 그게 전부였다.”
하얀 운무에서 날아올라 하늘을 뒤덮으며 사라지는 수많은 ‘창백한’ 흰 새들이. 불길하게 “테켈리 리-” 하고 울부짖고-
“이제 우리는 우리를 받아들이려고 활짝 벌리고 있는 폭포의 포옹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러나 우리의 길목에 갑자기 그 어떤 인간보다도 더 큰, ‘수의’를 입은 사람의 형상이 물 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의 피부는 마치 눈처럼 완벽하게 흰색이었다.” (이러면서 그대로 끝-)


(노골적인 무의식으로의 침잠과. ‘삼켜짐’. ‘죽음’을 암시하는. 삭막한 겨울과 흰색의 이미지들-)
(흰색이 어떤 의식의 영역과 동시에 무기력. 죽음을 암시하고- 검은색이 어떤 본능. 활기. 생명력과 동시에 그림자적인 사악함을 암시하고 있다-)



'structured thinking > revi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 Rimworld (ver 1.0. 2회차)  (0) 2018.12.09
2018 독서 기록  (0) 2018.12.05
게임, Pathfinder: Kingmaker  (0) 2018.11.21
책, H.P.러브크래프트 전집 3: 드림랜드  (0) 2018.11.18
Respon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