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뇌과학에 내가 좀 부당한 편견을 갖고 있나... 싶어서... 예전에 어디서 뇌과학 입문 추천도서로 본 기억이 나서 빌려보다.
보는데... 대체로 맞는 말들을 많이 하면서도... 살짝 (지금의 나한테는) 하나마나한 말들의 느낌...
살짝 허수아비(프로이트) 때리기스런 느낌이 있고. (제목에서부터 예상했어야 했는데-) 정작 진짜로 의미있는 말은 많진 않은 느낌이다...
“인간 사회의 논의에 생물학적 관점을 포함시킨다고 해서 결코 다른 설명들의 유효성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ㅇㅇ-)
뇌과학적 관점을 ‘추가’하는 게 나름 의미있을 순 있겠지만. 뇌과학‘만’ 가지고는 뭘 얼마나 의미있는 얘기가 가능할까 싶은 인상이 남네...


“의식이 *왜* 그런 식으로 느끼는가라는 문제를 다루지 않고서도, 뇌에 관해서 말할 수 있는 흥미롭고 생산적인 것들이 대단히 많기 때문이다.”
(뇌과학이 어쩌고가 문제가 아니라- 걍 뇌과학이랑 내 심리적인 관심사랑 애초에 영역이 안 겹치는 걸지도-)


전화번호 외우기 vs. 상황이나 외모에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 알아차리기- 보통 심리적 상식에서는 같은 속성이라 생각한다고? 뭔가 공감이 안 가네-
(뇌과학적으로 볼 때 반대라는데- 뇌과학이랑 상관 없이도 직관적으로 딱 반대되는 뭐시기 아닌가-) (감각과 추상적 관념-)


자신의 호르몬에 귀 기울이기라-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기의 또다른 관점일 수도 있고-
“질문은 호르몬들이 떠들고 있는가?같은 것이어서는 안 된다. 어느 호르몬들이 떠들고 있으며,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
“뇌 화학에 관해 안다는 것은... 당신 몸의 약물들의 부작용들과 미묘한 특성들을 배우고 깨닫는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할 때) 그것들이 당신의 판단을 어떤 식으로 바꾸어놓을지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자기 뇌의 화학 물질 분비를 알아차리고. 그게 초래할 (화학적인. 신체적인) 영향을 알고 있는 게 유용하단 건 백번 동의하는데-
얼핏 뉘앙스가... 이건 호르몬일 뿐이야. 신경전달물질일 뿐이야. 요런 식의 태도는 오히려 독에 가깝지 않나-
그 기저의 의미에는 일절 관심없이. 이건 분노일 뿐이야. 이건 슬픔일 뿐이야. ‘인식하고 쳐내는’ 게- 감정회피의 (전형적인) 또다른 모습 아닌가-
(생각해보니. 무작정 쳐내지만 않는다면. 정서와 동일시되지 않는다는 면에서 일단 거리두기 측면에서는 긍정적인가-)


p.186-

“뇌에 대단히 비통한 심상들이 가득 들어차도록 신체 변화를 일으킨 것은 *단지* 전기 자극이었다.”

p.187-

“그냥 호르몬들이 떠드는 것*일 뿐이라고* 말이다. ...중요한 것은 입력되는 자극들과 그것들이 일으키는 활동 양상이다.”


뇌화학 비유가 참- 환각제 모르고 먹었을 때의 비유라-
‘갑자기’ ‘뚜렷한 이유 없이’ 자신의 세계가 변하는 것을 경험한다. 아무 일도 없다가 ‘갑자기’ 환각과 극적인 감정 변화가 뇌를 엄습한다.”
읽다 보면... 이쪽에선 감정의 주관적 의미에는 별로 관심없고- 화학물질이 불러올 추후 반응에만 초점을 두는 듯한 느낌도 있고-


뇌화학 어쩌고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게임할 때 연금술. alchemy. 포션 등에 끌리던 그 감정적인 쪼가 고스란히 느껴져오는 거 같네.ㅋㅋ-


p.190-

“친구나 교사나 동료가 간간히 스쳐 지나가는 듯 내뱉는 주장들을 잘 기억하는 기이한 성향들... 몇 달 심지어는 몇 년 동안...”
“오랫동안 나는 (스스로가) 이런 기억들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궁금하게 여겼다.”
“뇌의 주의 체계와 기억 체계가 새로운 것과 놀라운 것을 기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주장이 담긴 책을 읽기 시작한 뒤에야, 그런 양상이 어떤 것인지...”
“내 장기 기억에 갇힌 그 모든 주장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나를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 딱 너무 맞는 말만 하면서도... 굉장히 순환논리적인. 하나마나한 말들이 자꾸 나오네.ㅋㅋ-
-> 스스로가 왜 하필 거기 놀랐는지는 아예 관심이 없냐- 당연히 다 놀랐어야 되는 기억들이었냐- 그러면 애초에 그 기준은 왜 궁금해했냐-


대부분의 마음 이론들의 조상이라고- 프로이트로 싸잡아 세워놓고. 한참 옛날 이론을 진부한 클리셰로 까는 건- 살짝 불성실한 느낌을 받는다-
그놈의 유년기 억압과 무의식 검열-위장... 이거 언제 나온 책이냐- (2004년인데- 70년대 책에서도 보던 얘기를-)


p.92-

“뇌의 구조에 생물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없다. ...공포 반응은 그것이 아무리 우리를 무력화시키든 간에 근본적으로 살아 있기 위한 것이다.”
ㅇㅇ. 말은 맞는 말인데- 근데 죽음충동에 대해서. 그게 뭔지... 제대로 체감적으로 이해하고 하는 말이냐-


p.252-
“뇌는 암호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연상을 하는 쪽에 더 가깝다.” (ㅇㅇ-)
“그 감정을 떨어내려면 근원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즉 새로운 감정 연상을 만들 필요가 있다.”


p.256-

“내 머릿속에 있는 패턴들은 집중하여 꼼꼼히 분석을 해야 밝혀낼 수 있는 비밀을 숨기고 있지 않다. 그것들은 깊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내 뇌의 내면생활에 관해 좀 알고 나니, 그 패턴을 좀더 명확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리얼 상자 속에 든 경품을 발견하듯이 숨어 있는 어떤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한 것은 아니었다.”
요런 식의. 자기가 못했으니 없다고 딱 잘라 단언하는ㅋㅋ 얘기를 보면. 뭔가 내 주관적인 경험이 통째로 부정되는 거 같애서 슬슬 긁히는 게 있네-


나라면- 그 전에 계속 언급된 911도 딱 비슷한 감성이고- 폭풍에 창문 유리 산산히 깨지는 공포증 어쩌고에서-
어떤 통제불가능한 압도적인 힘에 의해. 한큐에 안정감이 박살나고 비극. 혼돈이 찾아올 수 있단 감각이. 님 인격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보라 하겠다-


이러고 나서... 부록 (각주) 훑어보다가... 뜬금없는 (예상 못 한) 저자의 자기고백을 들은 기분이다-

“이 점에서는 올더스 헉슬리도 나와 같았던 듯하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원래부터 심상을 떠올리는 재능이 떨어졌다. 단어들, 심지어 시인들의 함축적인 단어들을 접해도 내 마음에는 아무 그림도 떠오르지 않는다. 잠이 드는 순간에도 몽롱한 영상 같은 것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무언가를 회상할 때에도 그 기억은 생생하게 목격된 사건이나 사물처럼 재현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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